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 아득한 성자 / 조오현
이런 시를 말로 설명하고 머리로 이해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지 모른다. 시인은, 참으로 좋은 말은 입이 없어야 할 수 있고, 참으로 좋은 말은 귀가 없어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입과 귀라는 방편을 이용해야 진리의 그림자라도 밟아볼 수 있는 것을....
하루 속에 천년이 들어있고, 천년 또한 하루에 다르지 않다. 인간의 일생이 하루살이와 무엇이 다르랴. 백년, 천년의 물리적 시간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살이의 삶 속에도 온 우주의 시간이 녹아있다. 찰나의 한 생각이 끝도 없는 영겁이며, 한 티끌 가운데 온 우주가 들어있다[一念卽是無量劫 一微塵中含十方].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
서양의 시인도 같은 경지를 노래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Hold(거머쥐고, 붙잡는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아마 동양의 시인이었다면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런데 내가 너무 머리로 헤아리려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