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國秋光暮
警寒雁陳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 閑山島夜吟 / 李舜臣
한 바다에 가을빛 저물었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드는 밤
새벽 달 창에 들어 활과 칼 비추네
'영남의 여러 배에서 격군과 사부들이 거의 굶어 죽게 되었다. 참혹하여 들을 수가 없다.'
'살을 에이듯이 추운 날이다. 옷 없는 병졸들이 움츠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다. 군량은 바닥났다. 군량은 오지 않았다.'
이 시가 쓰여질 당시에 기록된 난중일기의 한 부분이다. 장군은 안팎으로 적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을 것이다. 백성과 병사들의 처지는 참혹했고, 나라로부터는 아무 지원도 못 받고 있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조정 역시 장군의 편이 아니었다. 전쟁에 이긴다고 해도 그분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그 당시 장군의 흉중이 어떠했을지는 지금 우리의 시각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장군은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에 온 몸을 던져 산 사람이었다. 우국충절만이 그분의 참모습은 아닐 것이다. 한때는 나라에 대한 충성의 표상으로 장군이 우러름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 사나이로서의 그의 속마음을 헤아려보고 싶다.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드는 밤' - 세상 돌아가는 수레바퀴의 잔혹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에 나 역시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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