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소아정신과가 번창하는 시대

샌. 2007. 4. 24. 12:17

동료가 산부인과 의사인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라면서 앞으로는 소아정신과가 가장 각광 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에 산부인과를 비롯한 다른 분야는 많은 부분이 기계 진료로 대치될 것이고, 의사는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자의 역할에 머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것은 비단 의료계 뿐만 아니라 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동료의 말 중에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현재 서울 강남에서 가장 번창하는 분야가 바로 소아정신과라는 것이다. 문제 있는 아이를 데리고 소아정신과 병원을 찾았더니 대기실은 아이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로 만원이고, 두 시간이나 기다려서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주었다. 현재 아이들의 정서불안 증세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인 것 같다. 이것은 몸으로 나타나는 아토피성 질환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마음까지 병들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도 아이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는 쉽게 발견된다.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이 아닌 무의식에 잠재된 분노의 표출로밖에 볼 수 없는 무서운 행동들도 보인다. 요사이 문제되는 청소년의 폭력이나 집단괴롭힘도 이런 현상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꼭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전체 구성원들이 병들어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무한경쟁으로만 치닫는 사회 속에서 부모가 병들어 있고 가정이 건강하지 못하니 민감한 아이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 외에우리 시대의 영적인 불건강 상태도 분명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진실로 걱정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외적인 것보다는 이런 정신적, 영적 건강 상태일지 모른다. 이걸 고치지 않는다면 제 2, 제 3의 조승희가 나올 것 또한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정신적 병리 현상으로 국한시킬 수도 있지만 근원적인 면에서는 그런 인간을 낳고 만든 우리 사회의 책임 또한 무겁다. 점점 심화되는 빈부격차 문제, 승자 독식의 경쟁 체제가 변화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더 심각한 도전을 맞을 것이라고 본다.

정신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보고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천사의 미소를 가진 아이들이 정신과를 들락거리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끔찍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이 타고나는 기질적 성격은 분명 그 사회의 건강 상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사태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자꾸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지향점에 대해 근원적인 반성이 필요하고, 이 탐욕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한 의식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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