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성공시대 / 문정희

샌. 2007. 3. 15. 15:17

어떻게 하지? 나 그만 부자가 되고 말았네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옷장에 걸린 수십 벌의 상표들

사방에 행복은 흔하기도 하지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자장면

오른발만 살짝 얹으면 굴러가는 자동차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나 어디든 갈 수 있네

나 성공하고 말았네

이제 시만 폐업하면 불행 끝

시 대신 진주목걸이 하나만 사서 걸면 오케이

내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다 귀찮아

시 파산 선고

행복 벤처 시작할까

그리고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 성공시대 / 문정희

 

부자 나라 신민들은 다 행복하여라! 그들의 인사는 "부자 되세요!"이고, 그들의 종교는 맘몬, 행동강령은 경쟁과 거침없는 질주다. 성공을 향하여 달려가는 그들의 눈빛은 욕망으로 번들거린다. 화려한 예배당에서 그들은 더 많은 소유의 축복을 기도한다. 부자 나라 신민들은 그들이 숭배하는 맘몬을 닮아간다. 지갑만 열면 무엇이든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다. 그들은 자동차를 몰고 가서 무엇이든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은 잊어 버렸다.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그런데 욕망을 따라 무작정 질주하고 난뒤에는 꼭 대형사고 하나 터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