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샌. 2007. 3. 2. 19:06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기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 무슨 일을 하고 싶다

-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된다. 다시 새로운 한 매듭이 출발하는 신선함과 기대가 3월에는 있다. 오늘은 마침 기다리던 봄비도 내린다. 마음도 풍선처럼 부풀며 설렌다. 그러나 왠지 모를 답답함과 납덩이 같이나를 짓누르는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도 동시에 교차한다.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 거대한 세상 앞에서나는 자꾸만 왜소해진다.

 

그래도 이 3월에는 심호흡 크게 하며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내 의미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더 마음을 열기로 한다. 3월이 찾아왔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내 속의 낡은 허물도 자연스레 벗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