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가던 길 멈춰 서서 / W. H. 데이비스

샌. 2007. 2. 23. 17:04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 가던 길 멈춰 서서 / W. H. 데이비스

 

William Henry Davies(1871-1940)는 영국의 '걸인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조모 밑에서 자라지만, 학교도 제대로 다지지 못하고 공장에서 도금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몰래 책을 읽다가 들켜 쫓겨나기 일쑤였는데 나중에는 고향을 떠나 일정한 직업 없이 걸식을 하며 방랑한다. 28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장애인이 되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시를 종이에 인쇄해 집집마다 팔러 다니며 방랑 시인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이 시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올해는 내 옹졸함과 조급함에서벗어나고 싶다. 의(義) 보다는 화(和)를 더 생각하고 싶다. 하늘의 구름과 들판의 꽃들에 더 자주 눈길을 주고 싶다. 올해는 좀더 너그럽고 여유있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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