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기탄잘리 39 / 타고르

샌. 2007. 2. 11. 09:19

가슴이 굳어 바싹 마를 때엔

자비의 소나기와 더불어 오십시오

우아함이 생활에서 잃어질 때엔

드높은 노랫소리 더불어 오십시오

시끄러운 일이 사방에서 극성 떨며

나를 가둬버릴 때엔

말없는 주여

님의 평화와 휴식을 가지고

내게로 오십시오

구석에 갇히어서

내 거지 같은 마음이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엔 왕이여

이 문을 부수어 여시고는

왕의 위의를 갖추고 오십시오

욕망이 마음을 망상과 먼지로 눈멀게 할 땐

오, 거룩한 이여, 깨어 있는 자여

님의 빛과 우레를 가지고 오십시오

 

- 기탄잘리 39 / 타고르

 

103 편의 노래로 된 기탄잘리(Gitanjali)는 '신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이라고 한다.신을 향한 인간의 순수한 종교심만큼 귀하고 아름다운 것도 없다. 타고르는 힌두교 신자이지만 그가 노래한 신이 우리와 다른 것은 아니다. 절대에 대한 인간의 희구는 종교의 형태가 다르더라도 그 알짬은 같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읽으면 어두웠던 내면이 밝아지면서 내 영혼은 희망과 기쁨으로 다시 태어난다. 세상의 이전투구에 휩쓸려 만신창이가 된 내 가련한 영혼이 신의 따스한 손길로 다시 온기가 돌아오는 것이다. 신은 하잘 것 없는 나에게도 평화와 위로의 노랫소리와 함께 찾아오신다.

 

신이시여! 절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빛과 우레로 이 문을 부수고 찾아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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