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대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리허에
해골 표지 그려진 금표비禁標碑 꽂고
한 십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년
볕으로 소금으로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等神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達磨가 될까?
그 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體位 바꾸듯 그 섬 내쫓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를 빌고 나면
나도 세상과 먼 절벽 섬 될까?
한평생 모로 서서
웃음 참 묘하게 짓는 마애불磨崖佛 같은
- 孤島를 위하여 / 임영조
내 속에 있는 내가 무섭다. 태고적 어느 별 속의 혼돈과 흑암이내 속에 도사리고 있다. 도망치려 발버둥치지만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인간 본성의 탐욕과 난해함 앞에서 나는 두 손을 든다. 한 발 앞으로 나가면 두 발 뒤로 물러선다. 내 발목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이 어두움에게 나는 연신 무릎을 꿇는다. 영혼이곤고할 수록 나는 자꾸 위선의 옷으로 치장을 한다.
그 섬은 어디에 있는가? 그 섬에 가서 한 십 년 볕으로 소금으로 나를 씻어말리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等神)이 될 수 있을까? 추악하고 음탕한 내 영혼이 말갛게 헹구어질 수 있을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더 이상 도리질치지 않아도 될까?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 속 집도 절도 버리고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그 섬에 가서 한 바탕 통곡을 하고, 한 바탕 너털웃음을 웃고, 세상의 그리움도 갈망도 해풍에 다 날려버리고 싶다. 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는 바위가 되고 싶다.... 그 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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