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5와 82

샌. 2007. 2. 7. 13:08

우리나라 상위 5% 계층이 전체 토지의 82%를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토지의 편중 현상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결국 우리의 현실은 95%의 사람들이 남은 18%의땅을 가지고 싸우는 형세에 다름 아니다. 요사이 사회 문제로 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도 결코 이런 토지의 편중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어제 보도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 계수, 5% 소득비등 여러 지표들이 그렇게 가리키고 있다. 이것은 세계 경제로의 편입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고, 세상은 점점 살벌하게 변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 세대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경험해야 될 것 같다.

토지 편중 현상의 문제점 중 또 다른 하나는 국토의 난개발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으며 그런 재력을 바탕으로 지방에서 실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무리를 토호(土豪)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런 토호들이 자신의 땅을 그대로 썩히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땅에서 나오는 개발 이익을 챙기려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명분을 붙여서든 땅의 용도를 변경해서 건설의 장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옛날의 지주들은 농지에서 나오는 수확물로 수익을 얻었다. 논과 밭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토호들은 자신이 소유한 땅을 단순한 농지로 보지 않는다. 길을 내고 시멘트를 덮어야 한 푼이라도 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것이 옛날 지주와 현대 토호의 다른 점이다.

일본을토목공화국이라고 불렀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일본의 두 배라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땅을 파헤치는 굴삭기의 굉음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도로를 내든, 건물을 짓든, 무언가를 부수고 만드는 건설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런 비극의 배후에는 토지 편중과 거기서 개발 이익을 챙기려는 토호 세력들, 그리고 중앙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땅은 공기나 물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유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토지의 공적 성격을 중요시한다면 공익을 위해서 소유의 제한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때 토지 공개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사라진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토지 공개념의 도입과 정부의 개발 주도 정책의 포기가 토지의 편중 현상과 토호의 발호, 그리고 국토 훼손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만이 그나마 남아있는 아름다운 강산을 보존하고 지키는 길일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생각하다가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5와 82라는 숫자를 바라보며 이젠 성장과 개발 위주의 정책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생각이들었다. 유감스러운 것은 진보 세력의 지원을 받았던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타날 정권에서도 그런 기대는 사실 어려울지 모른다. 유력한 모 대통령 후보는 연 7%의 경제 성장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발 이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부자 나라 되는 것이 국가의 첫째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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