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6000년의 사랑

샌. 2007. 2. 9. 12:21



최근에 이태리 고고학자들이 북부 지역 발다로의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남녀가 서로 바라보며 포옹하고 있는 유골을 발견했다. 한 쌍의 젊은 남녀라는데 무언가 애틋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아 눈길을 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유골이 6000년이나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유골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다는 것도놀랍지만 죽음을 초월한 듯한 두 남녀의 포옹하고 있는 듯한 자세에 자꾸만 눈길이 머문다. '발다로의 연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들을 사람들은 6000년 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유골을 조사한 결과 왼쪽 남자의 몸에는 화살을 맞은 흔적이 있고, 여자 옆에서도 화살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남성이 먼저 죽은 뒤 이 남성의 영혼의 동반자 역할을 하기 위해 여자가 희생 당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비극적인 현장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다른 이유가 존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록 상상의 세계지만 이런 저런 상황들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저들은 600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말 없는 말을 해주고 있다.

이 사진을 보며 6000년이라는 긴 세월을 가늠해 본다. 저들이 살던 시대와 지금은 6000년의 격차가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다시 6000년이 지나면 서기 8000년이 된다. 100년이 지나도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내 작은 머리로는 서기 8000년의 세상을 도저히 그려볼 수가 없다. 그때 세상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때가 되어도 인류는 지구상에서의 삶을 존속할 수 있을까? 그때 사람들을 지금의 우리와 같은 종으로 부를 수 있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6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저 두 남녀를 일으켜 세워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고 싶다. 50억 년이나 되는 긴 지구 역사을 생각하면 만 년, 십만 년 조차 한 순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는 저들 또한 우리의 이웃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우리든, 땅 속에 묻힌 저들이든포옹하고 있는 저 모습이 말해주고 있는 의미는 똑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 6000년 뒤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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