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샌. 2007. 1. 22. 09:03

돌밭에서 돌을 줍는다

여주 신륵사 건너편

남한강 강변에서

돌을 줍는다

마음에 들면, 줍고

마음에 들지 앟으면, 줍지 앟는다

마음에 드는 돌이 많아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또다시 줍고, 버린다

어느덧, 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 돌도 없다

 

-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우리 사는 모습이 대개 이와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줍고 버리고 하는 중에 어느덧 해는 기울고 가야 할 시간이 코 앞에 닥친다. 돌은 지천으로 널려있건만 마음에 드는 돌 하나 구하지 못하고 남는 것은 빈 손이다. 양 손 가득 돌을 모은 사람도 해가 진 뒤에야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음을 안다.

 

소유하려고 평생을 애쓰기 보다는 차라리 아름다운 강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소요함이 더 나았으리라.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는데는 사람의 전 생애가 필요하다. 해가 지고 돌아갈 때가 되어야 우리는 알아차린다. 열심히 돌을 구하려 돌아다녔지만 결국은 빈 손이었음을. 곧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면 우리는 또 알게 될 것이다. 나도 없었고, 돌도 없었고, 그리고 인생이란 한 바탕 큰 꿈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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