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樂堂 對月樓는
벼랑꼭대기에 있지만
옛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
- 독락당(獨樂堂) / 조정권
세상과는 궁합이 맞지 않고, 그렇다고 세상을 껴안을 그릇도 못되니 허물어지는 내 독락당(獨樂堂)을 다시 손봐야겠다. 저이는 세상으로 내려가는 길도 지워버리고 비수 같은 절벽 끝에 몸을 맡겼지만, 난 작은 오솔길 하나는 남겨두어야겠다. 홀로 대월루(對月樓)에서 달 바라보며 고고한 은자 흉내 내보겠지만, 그러나 세상 저잣거리 소리를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홀로 즐김'[獨樂]과 '홀로 맑음'[獨淸]의 미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길 끊어지고 찾아오는 사람 없는 쓸쓸함을 어찌 견뎌낼 것인가. 그렇다고 독락당의 의미를 축소시키지는 말자. 팍팍한 세상 살아가자면 누구나 마음 속에 자신만의 독락당 한 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여름 뙤약볕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이고,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산속에서 언 몸 녹일 수 있는 따스한 동굴이다.
그러니 독락당을 찾으러 산으로 바다로 헤매지 말라. 독락당 대월루는 내 마음 속에 있는 영혼의 쉼터다. 세상일에 지치고 아플 때 찾아가 쉴 수 있는 이런 독락당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야 / 김광균 (0) | 2007.01.27 |
---|---|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1) | 2007.01.22 |
산문시 / 신동엽 (1) | 2007.01.11 |
옹손지 / 김관식 (0) | 2007.01.06 |
나무 학교 / 문정희 (2) | 2006.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