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문제

샌. 2006. 11. 21. 09:40

참으로 어이없는 명칭 중의 하나가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이 이름만 들으면 화가 난다. 지하자원이나 물적자원이라는 말은 익숙하게 써왔지만, 사람을 그와 같은 자원으로 취급하는 인적자원이라는 용어는 아직 낯설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용어에는 인간을 생명의 가치보다는 노동력으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짙게 들어있다. 인간이 말이나 개념을 만들지만, 반대로 말이나 개념이 인간 의식을 결정하기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당당하게 내건 저 이름이 무의식중에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을 생산 수단이나 도구로 여기게끔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이란 쉽게 말해 인간을 인간답게 길러내는 것이다. 사실 길러낸다는 표현도 마땅하지 않다. 한 인간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지, 다른 어떤 가치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한 나라의 인간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의 이름에 인적자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누구나 거리낌없이 그렇게 부르는 이 세상이 무섭기만 하다.세상의 가치관을솔직히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위선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평가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교육부서의 이름이 저렇게 되어가지고는 제대로 된 인간교육을 기대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얼마 전에 "앞으로 집 사면 손해본다"며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비서관이 논란 끝에 결국 사퇴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강남에 아파트를 사서 10여 억이 넘은 차익을 남긴 것이 알려져서 정권 핵심부의 도덕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그런데 당사자는자식의 '교육문제'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여기서 '교육문제'란 자기 새끼를 좋은대학에 보내기 위하는 문제지, 말 그대로의 교육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우리들 대부분이 교육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한 마디씩 해결책을 내놓지만 그것은 거의 대입문제로 국한된다. 대입이 교육문제로 둔갑한 것이다. 정말로 진지하게 교육 자체에 대해서, 아이들의 인간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회피해 버리는지 모른다. 정말 학교가 개혁되어 제대로 된 인간교육이 행해진다면 지금의 사회 체제도 변해야 하고 수많은 기득권층이 당장 위협을 받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바꿀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은 없다. 그래서 '교육문제'란 기존의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 자식을 대학에 잘 또는 쉽게 보낼까 하는 이기적인 궁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왜곡된 이름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율학습'이라는 미명하에 강제적인 타율학습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다.'특기적성교육'이라고 하지만 주지과목의 보충수업에 다름 아니다. 이런 언어의 사이비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교육 당국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공자는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겠다(必也正名乎)"라면서 바른 이름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바른 세상과 바른 인간교육을 진실로 원한다면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명칭부터 수정하라. '교육문제'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내 자식 대학 보내는 문제라고 솔직히 시인하라. 그리고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거짓됨에 노출시키는 교육 현장에서의 왜곡된 명칭들을 시정하라. 근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새 제도를 도입한들 점점 비인간화되어가는 현 상황이 개선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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