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글 수 1000개를 자축하며

샌. 2006. 11. 24. 13:48

블로그는 재미있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각종 통계 수치가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방문자 수라든가 코멘트 수, 글 수 등이 매일 기록되고 누계로 나타나니 단순한 글쓰기 보다는 훨씬 흥미가 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어차피 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고, 그래서 이만한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방문객 숫자라든가 코멘트에 신경을 쓰면서자신을 많이 찾아오게 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확실히 블로그는 내밀한 일기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이고 지루하지 않다. 마치 혼자서 하는 운동보다 여럿이서 어울려 하는 게임이 더 재미있는 것과 같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지 3년이 조금 지나 글 수가 1000개에 이르렀다. 일기 쓰듯 매일 기록해 나가자고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약속했는데 거기에 숫자로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래도 지금 천개에 이른 것은 그동안 꾸준히 글쓰기를 한 결과이다. 돌이켜보니 내 생활이 어렵고 힘들 때엔 더욱 여기에 매달렸던 것 같다. 편안했을 때는 도리어 찾는 빈도가 적었다. 그것은 책 읽는 것과 비슷하다. 시간이 나야 책을 많이 볼 것 같지만 실제는 그 반대다. 내 경우는 시간에 쫓기고 바쁠 때 도리어 독서량이 늘어난다.

또한 블로그는 내 밀실로서의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나에게는 사람들과 만나는 광장보다는 나 혼자만의 공간인 밀실이 필요하다. 물론 밀실은 광장과 연결되지만 -그래서 빼꼼이 광장 쪽으로 문을 열어놓은 것이 블로그지만 -나는 광장보다는 밀실의 필요성을 더 느낀다. 그것은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연상시킨다. 블로그는 내가 숲으로 들어가 속삭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블로그에는 유치하기는 하지만 내 기쁨과 고난과 헤맴의 자취가 들어있다. 어떤 때는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작은 공간을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을 안고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내 방황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헤매면서 내적인 충만함을 향해 가는삶을 살고 싶다. 먼 훗날 글도 버리고번민도 버리는 날이 올 때까지 내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1000개의 첫 발자국을 자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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