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눈과 비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우리말

샌. 2006. 11. 30. 11:38

새벽에 서울 지방에는 땅을 살짝 덮을 정도의 눈이 내렸다.

이런 눈을 순우리말로 '살눈'(살짝 얇게 내린 눈)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눈의 종류에 따라 재미있는 여러 이름들이 있다. 이런 아름다운 표현들을 보면 한글의 다양한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눈의 이름을 모아 보았다.

함박눈 -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가랑눈 - 가랑비 내리듯 잘게 내리는 눈

소낙눈(소나기눈) - 갑자기 많이 내리는 폭설

싸락눈(싸라기눈) - 얼어서 내리는 싸라기 같은 눈

눈발 - 발처럼 줄을 이어 죽죽 내리는 눈

누리 - 단단한 덩이로 내리는 우박

눈보라 - 바람에 날려 세차게 몰아치는 눈

눈갈기 - 쌓인 눈이 말의 갈기처럼 흩날리는 눈보라

눈안개 - 눈발이 자욱하여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옇게 보이는 상태

진눈깨비(진눈) - 눈과 비가 섞여서 오는 눈

자국눈 - 겨우 발자국이 날 정도로 적게 내린 눈

살눈 - 살짝 얇게 내린 눈

잣눈 - 한 자 정도 쌓인 눈

길눈 - 한 길이 되게 쌓인 눈

도둑눈(밤눈) - 밤에 모르는 사이에 내린 눈

숫눈 - 눈이 와서 쌓인 채 아무도 지나가지 않아 그대로인 눈

눈꽃 -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앉아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눈

솜눈 - 솜덩이처럼 내리는 눈

그 외에도 만년눈, 복눈 등 눈의 이름만 20여 종류가 된다. 모든 이름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재미있다. 선조들의 섬세한 감성을 이런 이름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 년을 눈 속에서 사는 에스키모들은 이보다도 더 많은 눈 이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전에는눈발이굵어지며 잠시 시야가 희뿌옇게 변했다.'눈안개'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상태였다.

올해 서울 지방의 공식적인 첫눈은 11월 6일이었다. 그러나 아직 땅에 쌓일 정도의 눈은 내리지 않았다.



눈 이름에 비해 비 이름은 더욱 다양하다.

안개비 -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은 비

이슬비 - 는개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보슬비 - 알갱이가 보슬보슬 끊어지며 내리는 비

부슬비 - 보슬비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가루비 -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잔비 -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

실비 -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

가랑비 - 보슬비나 이슬비와 비슷

싸락비 - 싸래기처럼 내리는 비

발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작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장대비 - 장대처럼 굵은 빗줄기로 세차게 쏟아지는 비

주룩비 - 주룩주룩 내리는 비

채찍비 - 채찍처럼 굵고 세차게 내리치는 비

억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모다기비 - 물을 퍼붓듯 내리는 비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소나기 - 세차게 내리다 갑자기 그치는 비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

개부심 - 장마로 홍수가 진 후 멎었다가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내는 비

도둑비 -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

궂은비 - 끄느름하게 오래 오는 비

보름치 - 음력 보름 무렵에 내리는 비

한맛비 - 초목을 골고루 적셔 아름답게 하는 비

해비 -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비

웃비 - 한참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줄비 - 줄창 내리는 비

오란비 - 장마의 옛말

비꽃 - 비가 오기 전에 몇 방울 뺨에 꽃처럼 떨어지는 비

날비 - 비가 온다는 징조도 없이 느닷없이 내리는 비

그 외에도 모종비, 못비, 단비, 복비, 약비, 꿀비, 바람비, 마른비, 일비, 잠비, 술비 등 비의 이름만도 40여 종류가 된다. 날씨 예보를 할 때 단순히 '내일은 30mm의 비가 오겠습니다"라고 하는 말보다는 이런 이름들이 비의 성격과 양을 말해주는 살아있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능하면 이런 정감있는 우리말을 살려서 우리네 일상을 좀더 풍요롭게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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