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Let it be

샌. 2006. 12. 6. 12:51

K형!

요사이는 비틀즈의 'Let it be'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한번 헤드폰을 쓰면 연속으로 수십 번씩이라도 마냥 듣습니다. 높은 벽이 나를 에워싸서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할 때면 이렇게 며칠씩 이 노래에 빠집니다.

'Let it be'는 '그대로 두어요' 또는 '순리에 맡겨요' 등으로 번역되어 있지요. 그러나 그 말로는 노래를 통해 전해지는 의미가 잘 살아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형도 이 노래를 좋아하지요? 형이라면 무어라고 옮기시겠어요? 저는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을 수가 없네요. 'Let it be'라는 짧은 문장 속에는 기다림, 희망, 하늘에 대한 긍정 같은 메세지가 느껴집니다. 그걸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K형!

지난 번에 형의 낙담한 얼굴을 보고 많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형답지 않은 모습이었지요. 그러나 형이 희망을 버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음을 늘 형이 강조해 왔었으니까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에 불과함을 다시 깨닫습니다. 절망이란 세상을 내 시각으로만 볼 때 빠지게 되는 오류일지 모릅니다.좀더 진실에 가깝고 멀리 보는 사람이 비관주의자가 되기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그마저도 넘어서는 긍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K형!

그때말했지요. 저 멀리 동편 하늘에서 사납게 몰려오는 검은 먹구름이 무섭다고요. 그래요, 어느덧이 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덮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먹구름이 얼마나 사나운 폭풍우로 변할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것은 형이나 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저 먹구름 뒤에는 여전히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폭풍우는 지나가는 것이지요. 비록 우리가 폭풍우를 어찌할 수는 없지만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그 뒤에는 더욱 밝고 따뜻한 하늘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K형!

먹구름 뒤에서 태양이 빛나고 있듯이 우리들 마음속 세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 깊고 평화로운 내면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마 이런 지혜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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