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샌. 2006. 12. 14. 12:16

1. 교육받은 사람은 평생 자기 자신의 글을 쓴다. 그는 다른 이가 만든 연극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아니며, 머리에서 나오는 이상주의적 공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결정한다.


1. 시간은 교육받은 사람이 다루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는 고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는 결코 없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알고 그걸 지키는 방법을 안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다. 그는 속거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는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집 짓는 법, 배 만드는 법, 먹을거리 기르는 법 같은 쓸모 있는 지식을 알고 있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도면인 철학을 지닌다. 이 철학은 절대적인 것에 가깝다. 그것은 상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르기 위해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받은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허용할 것인지, 어디서 평온을 찾을 것인지를 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동체의 가치와 새로운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1. 교육받은 사람은 관계의 동력을 이해하므로 어디에 있든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자기만의 도덕성과 그 변화상을 인정하고 이해한다. 그는 죽음과 나이 듦이 없다면 아무 것도 의미 있는 것이 없음을 이해한다. 교육받은 사람은 평생토록 배우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배운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스스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존재의 심오한 의미와 여기 존재함의 깊은 의미를 잘 알고 있다.


1. 교육받은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법을 알고 있다. 시간과 통찰력을 나누고 타인의 요구에 이바지하면서, 그는 진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얻을 수 있다.


1. 교육받은 사람은 새로운 것, 새로운 경험, 새로운 사상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게토가 말하는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의 특징이다.

교육이란 무엇이고,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지 통상적 관점과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게 한다. 이 기준에 비교하면 우리가 받은 또는 받고 있는 학교 교육은 그 내용과 과정이 반교육적이라는 것을 조금만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아챌 것이다.


지금의 교육이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은 그것을 자신의 욕망 추구의 수단으로 대한다. 여러 가지 수사로 가려져 있지만 학교 교육의 목표는 결국 기존질서에 순응시키고 사회에 대해 유순한 인간을 길러내는 데 있다. 그것이 바로 현대의 기업과 자본이 요구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도교육의 교육과정을 잘 이수했다는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의 틀로 주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아무 비판 없이 기성의 가치관을 수용하도록 학교가 세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는 무지의 제국으로 변하게 된다. 모두들 정치적, 경제적 견해에 정통하지만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생각은 아니다. 이것은 지식인 또는 지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은 또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할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이념적으로는 군사독재를 정당화하는 반공이데올로기와 국가주의를 심어주고, 경제적으로는 산업화에 필요한 말 잘 듣고 표준화된 노동력을 양산하고, 사회적으로는 신분상승과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역할을 지금껏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의 자율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입시 위주의 주입식교육으로 일관되고 있다.


참된 앎이란 학교에서 제공하는 통조림 식의 지식이 아니다. 지혜는 그런 데서 생기지 않는다. 지혜는 힘들고 고통스런 사유와 경험, 고독한 시간, 자신과 세상에 의문을 던지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학교가 만들려는 인간은 도리어 그 반대이다. 비판 없이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매스컴, 가정 등 막강한 힘을 가진 모든 영역이 관여한다. 이런 사회화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가치관에 예속된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교육이란 무엇일까? 게토가 말한 제대로 교육받은 특징을 지닌 사람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신명난 인간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가능할까? 아니면 낡은 학교 교육은 붕괴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너무나 커 보이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관찰과 비판의 공감대 위에서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하나하나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 되지 않으면 행복한 사람들의 나라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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