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당신의 슬픈 모습

샌. 2006. 11. 9. 10:57

당신의 슬프고 지친 모습에 내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슬퍼하는지 알지만 위로해 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해 더욱 안타깝습니다.

어제는 신문 간지로 들어온 광고지들이 거실에 놓여있는 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다급한 마음에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 혼자 짐을 떠안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안스럽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생긴 탓에 더욱 그렇습니다.

당신처럼 나 또한 세상이 밉고 세상 사람들에 화가 납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아무리 속 상해 해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들 마음의 평화가 아니겠습니까?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고 화풀이를 한들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언젠가 얘기했듯 똥파리들의 무리에 휩쓸릴 생각을 말고 빨리 당신의 바른 위치를 찾기를 희망합니다. 죽은 자들의 장사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둡시다. 포기하고 비워내야 하는 아픔은 크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책이 있지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어선지 이럴 때는 그 말이 떠오릅니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대고 그저 '허허-'하고 웃어 줍시다. 지금이 오히려 당신이 신앙적으로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해질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수 년간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묘하게 꼬여만 갑니다.

불운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시련의 계절입니다. 부모를 잃고, 형제를 잃고, 돈을 잃고, 시도했던 일은 실패로 끝나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이런 악운의 시작은 그분께 가장 가까이 가려는 순수한 의도에서부터였던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그러나 신은 우리를 계속 진흙탕 속에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나기 30분'이라는 말도 있지요. 어두운 터널 밖에는 밝은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믿음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현실도 견딜 수 있지요.아니, 지금 우리가 어둠으로 부르는 현실 자체가 실은 행복의 또 다른 단면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그렇게 멀리 또는 사물의 이면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인생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많습니다.

한 사람이 웃을 수 있는 것은 열 사람의 눈물로 인해 가능한 것이지요.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걸 안다면 기뻐해야 될 때조차 조심해야 합니다. 겸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도 영문을 모른채 많이 웃었지요.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마음 먹기에 따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돈을 잃고, 명예를 잃고, 건강을 잃을지라도 다 잃은 것은 아닙니다. 내 마음의 평화가 깨어질 때 모든 것을 잃은 것입니다.

나는 지구 마을에 살면서 버리고 포기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더 진실히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목숨에 대한 애착마저 놓아버린 해맑은 얼굴을 가끔씩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거기에 겹쳐 봅니다. 가장 아름다운 당신이 거기서 웃고 있습니다.

훗날, 오늘을 얘기하며 우리는 서로 마주보면서 미소 지을 것입니다. 그때는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적게 가져서 오히려 우리는 부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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