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블로그 3년

샌. 2006. 9. 13. 13:16

블로그를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뭐든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데 이 3년은 무척 길게 느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니 여기에는 나의 전심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 거의 매일 글을 올리며 그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글을 썼다. 인생을 진지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블로그에 글을 쓰며 확인하고 더 강화하고 싶었다. 그런 무게감 때문에 내가 느끼는 시간 감각이 3년을 길게 느끼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블로그 이름만 한 번 바뀌었을 뿐 다섯 개 카테고리와 형식은 처음 시작할 때와 똑 같다.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처음부터 개인적 독백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꽃과 인용하는 시도 그때그때의 내 마음의 반영에 다름 아니다. 블로그를 통해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게 된다. 그러나 늘 아쉬운 것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에는 서투르다는 것이다. 솔직히 블로그를 통해서 가치관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쓰는 글에 공감을 느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고, 그런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 가상공간의 마을을 만들고 싶지만 그건 먼 뒷날의 일로 남겨야 할 것 같다.


사람은 무엇이든 쌓아두면 병이 난다. 먹는 음식이 소화되고 난 뒤 배설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에서 온갖 사념들이 적당한 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쌓이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마음의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친구가 중요하고 사람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여자들의 수다가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 유용성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참아줄 만하다. 일기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을 반성하고 수양하는 훈련 외에도 마음을 풀어주는 일기의 치유 기능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면 글로라도 안에 있는 덩어리를 터뜨려야 한다. 내가 블로그를 통해 느끼는 고마움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블로그에 자신의 얘기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경험상 블로그는 활용하기에 따라 마음을 정리하고 다스리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블로그는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블로그는 혼자의 수다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3년 전 친구와의 대화도 끊어지며 무척 답답했을 때 나를 살려준 것은 이 블로그였다. 그래서 블로그는 남에게 보여지기 보다는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한 장이다.


사람마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목적은 다르겠지만 블로그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폐쇄적인 블로거다. 방문할 이웃 블로거도 없고, 나를 일부러 찾아오는 블로거도 거의 없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내 블로그를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내도 집의 아이들도 모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여기를 그냥 내 혼자만의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다. 뭔가 비밀스러운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은 집에서 나만의 다락방, 나만 출입할 수 있는 서재를 갖고 있는 것에 비길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그 사람의 특성은 마찬가진가 보다.


나는 오늘도 블로그에 들어와 독백을 한다. 나에게는 이 공간이 그저 편하고 좋다. 그러는 한 앞으로도 이 블로그는 늘 찾아들고 싶은 나의 따스한 다락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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