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한 여인의 죽음이 내 마음을 아프고 무겁게 짓누른다. 새만금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계화도 어민 류기화 님이 불의의 사고로 별세했다는 소식 때문이다.갯벌의 그레질로 생계를 이어오던 님은 여느 때처럼 백합을 잡기 위해 갯벌에 나갔다가 깊은 곳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한다. 님에 대해서는 새만금 반대운동이 한창일 때 어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 프로그램 제목이 '새만금의 여전사'였다고 기억하는데, 야성적인 모습으로 새만금 반대운동에 앞정서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보았다. 동시에 방관자로 남아있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었다.
새만금 방조제 둑이 완성되면서 바다 물길이 달라지고 군데군데 뻘이 생겨, 님은 이같은 뻘에 빠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님은 그렇게 반대하던 방조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아니 바다가 죽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어쩌면 함께 죽음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살이는 참 얄궂다. 시류에 적응하며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호의호식하며 살고, 소신을 지키며 옳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힘겹게 살아간다. 이번 같이 하늘은 목숨마저 일찍 거둬 가시기도 한다.
먼저 가신 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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