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장맛비가 쏟아진다.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서울 지방에는 시간당 최고 40 mm의 비가 내려 총 250 mm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에 집중되었는데, 고양에는 한때 시간당 100 mm에 달하는 비가 퍼부어 몇 시간 동안에 총 300 mm 이상 내렸다. 지하철역이 침수되어 3 호선 지하철이 불통되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비가내리는 날이면 물에 취약한 터가 늘 걱정이 된다. 내 염려 여부와 관계없이 내릴 비는 내릴 테고, 피해 하나라도 줄이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것이 거기에 매달려 불안하기만 하다. 좁은 땅이지만 자연 재해는 우신(雨神)이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 쌍곡선을 그리게 된다.
오늘은 대규모 FTA 반대 집회가 이곳 광화문을 중심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번 비를 제일 반길 사람들은 청와대 쪽과 재계, 그리고 시위를 막아야 할 경찰측 관계자들이 아닐까 싶다.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갔더니 도로가에는 경찰버스가 즐비하고 전경들은 계속 대기 상태에 있다. 비 때문에 일부 집회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FTA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 거기에는 국익을 위한 강제적이고 엄청난 약자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이라는 것도 소득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획일화된 세상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나에게는 이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좋은 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행히 이제 빗줄기는 많이 약해졌다. 이 장마가 지나면 맑고 밝은 하늘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강한 폭풍우일수록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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