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퇴근하다가 중간에서 전철을 내려 한강으로 나간다. 뚝섬역에서 내리면 바로 청담대교가 있는 뚝섬유원지 지역인데 거기서부터 집에까지 가는데 거리로는 약 4 km, 시간으로는 1 시간 정도가 걸린다. 요사이는 낮이 길어서 저녁 8 시가 되어도 주위가 훤하다.
서울에 살면서 제일 아쉬운 점은 조용히 걸을 만한 길이 적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남산길이라든가 서울숲과 같은 큰 공원이 생기긴 했지만 자동차 소음이나 매연을 피할 수 있는 장소는 드물다. 그나마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한강이나 여러 천변들이다. 그것들마저 없다면 서울은 더 삭막한 도시가 될 것이다.
장마철이어서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덮여있다. 그래도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부옇게 매연이 내린 칙칙한 풍경은 사라져서 좋다. 이것저것 눈에 띄는 대로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는다. 청담대교 아래에는 원추리 꽃밭이 만들어져 있다. 한강에는 아직 철이 아니어서인지 손님을 기다리는 빈 오리배들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을 편안케 하는 풍경이란 정적인 것이어야 한다. 움직이는 물체들이 있는 풍경은 시선을 앗아가고 마음마저 흔들리게 한다. 정적인 풍경 중에 으뜸은 뭐니 해도 자연이 연출하는 모습이다. 운이 좋을 때는 장엄 또는 숭고하다고 부를 수 있는 풍경과도 만나기도 한다. 그런 기회가 드물게 주어지기는 하지만 온 하늘과 땅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앞에서 우리는 넋을 잃는다.
금년 들어 어깨 통증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자꾸 게을러져서 몸무게는 늘고 컨디션은 엉망이 되었다. 운동을 하라는 몸의 사인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를 잠깐 하고, 걷기 횟수를 늘리는 게 고작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렇게 가끔씩 한강을 걸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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