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마가 그린 그림

샌. 2006. 6. 26. 16:34



지난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장마의 시작과 끝도 불명확해져 기상 관계자들을 당황케 한다고 한다. 게릴라성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란다. 어찌 됐든 기상학적으로는 한반도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고 있는 기간이 장마철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다만 장마 끝, 햇빛 쨍쨍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

 

밤에 비를 뿌리더니 오늘 낮은 하루 종일 이슬비가 오락가락한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길 위에 고여있는물에떨어지는 빗방울이 둥근 파문을 만들고 있다.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이 순간 아름다운 그림으로 변했다.

 

무엇인가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일생에 한 번은 무엇엔가에 온전히 젖어볼 일이다. 내가 너에게 온전히 젖을 수 있다면 내 삭막한 마음에는 너를 그리는 저런 풍경 하나가 자리잡을 것이다. 그 그리움의 풍경은 비가 오는 날이면 되살아나 또 너를 그리게 될 것이다.

 

이런 날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괜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저녁은 매운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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