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앞에 오죽(烏竹)이 자라고 있는데 지난 겨울을 지나며잎이 누렇게 되면서 말라 죽었다. 작년 12 월의 추위 탓인 듯 한데 이렇게 대나무가 피해를 본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죽은 대나무를 잘라내었더니 곧 죽순이 나왔다. 하루만에도 눈에 띄게 쑥쑥 자라는 죽순은 내 눈에는 경이로웠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 조건 탓이겠지만 크면서 주위에서 대나무를 보지 못했다. 고향 집 뒤에 있던 조릿대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니 죽순이 자라는 것을 계속해서 관찰해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뒤로 대나무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달이 지난 어느 날 앞 화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죽순이 어느덧 초록색 잎은 단 대나무로 변해 그 키가 무려 2 층 창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대나무가 빨리 자란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게 설마 지난 달에 땅에서 돋아나온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나무인데 풀보다도 더 빨리 자라는 것이다. 대나무가 하루에 자라는 것이 소나무가 30 년에 걸쳐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아직 한 달여밖에 안 돼서인지 오죽이지만 줄기가 검은색을 띄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어린 대나무에서는 풋풋한 생명력이 저절로 느껴진다.
아끼던 대나무가 죽어버려 아쉬워했지만 그러나 바로 새 생명이 태어나 그 뒤를 이어나가고 있다. 개체들은 사라져도 종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개체의 사라짐에 대해 슬퍼하지만 건강한 종의 유지를 위해서는 생태계는 도리어 개체의 죽음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