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일본 야구의 재미

샌. 2006. 6. 2. 14:13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이 들어와서 요사이 저녁 시간이면 일본 야구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승엽 선수가 출전하는 요미우리의 경기를 중계해 주는 채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구기종목 중에서 야구를 제일 좋아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나는 축구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4 년 전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을 때도 제대로 본 게임이 하나도 없었다.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렸던 고교 야구부터 잠실 야구장의 프로 야구까지 야구장은 자주 찾았지만 아직 축구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잠실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던져주는 사인볼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MBC 청룡의 팬이었다.

 

TV를 통해 일본 야구를 보니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비슷한 동양적 스타일이겠지만 우리나라와도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 메이저 리그의 호쾌한 야구보다는 동양의 아기자기한 야구가 나는 좋다. 그런 면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더 그런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뭔가 정교하고 치밀하다. 지난 번 세계 대회에서 우리가 일본을 두 번이나 이겼지만 프로 야구 수준은 일본이 우리보다 몇 단계 위이지 않나 싶다. 투수들이나 타자들의 능력이 훨씬 뛰어나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부러운 것은 야구장 시설과 관중들의 응원 열기이다. 돔 구장에 대해서는 말 할 것도 없지만, 그라운드나 관중석이 선수나 관중들 중심으로 시설된 것은 배워야 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 본부석이라고 부르는 포수 뒤 쪽에 있는 공간은 관중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중계를 보면 그 쪽이 온통 광고로 도배되어 있어 어지럽고 색깔 또한 검은색이어서 분위기를 죽이고 있다. 더우기 뒷 배경으로 관중들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며 높은 벽은 권위적으로 보인다.

 

일본 관중들을 보면 남녀노소가 서로 어울려 있어 야구가 국민 스포츠임을 알 수 있다. 승부를 떠나 야구 자체를 즐기고 있음을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관중들의 차분하며 질서있는 모습도 보기에 좋다. 응원단의 응원하는 모습도 우리나라와는 스타일이 달라 이색적이다.

 

요사이 이승엽 선수가 맹활약하고 있어 야구를 보는 데 더욱 신이 난다. 어제는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를 보느라 밤 11 시까지 TV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9 시가 넘으면 잠자리에 드는데 잠 시간까지 빼앗긴 것이다. 너무 야구에 빠지는 것이 경계되기도 하지만 요사이는 이것이 내 유일한 오락거리이니 다가온 재미를 굳이 멀리 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다가는 이승엽을 응원하다가 요미우리의 팬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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