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사패능선을 걷다

샌. 2006. 5. 15. 19:35

서해안 쪽에 나가볼 계획이었으나 K와 연결이 안되는 통에 혼자 사패산을 찾았다.

 

사패산(賜牌山)은 북한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에 있는 높이 552m의 산으로 도봉산과 포대능선, 사패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터널을 사패산에 뚫는 문제로 시끄러웠던 현장인데, 어떻게 종교계와 타협이 되어 지금은 터널을 뚫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패산과 수락산, 천성산은 터널이 뚫리고 새만금은 바다가 막히고, 결과적으로는 모두 개발의 논리가 이긴 셈이 되었다. 산으로 구멍이 뚫리고 산자락이 잘려 나가는 현장을 보는 느낌은 많이 착잡했다.

 

전철 망월사역에서 내려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천문사 옆길로 해서 능선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에 꽃들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능선가까이에 이르러 반갑게도 노랑제비꽃의 군락지를 만났다.

 

노랑제비꽃은 높은 지대에서 사는 터라 평지에서는 좀체 보기 어렵다. 양지꽃과 함께 피어있는 화사한 색깔이 무척 고왔다.

 



등산로의 산길은 곳곳에 입산금지의 밧줄이 매어져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산길이 수도 없이 생기고 땅이 패여져 산의 훼손이 무척 심하다. 나무뿌리가 드러난 것은 보통이고, 침식이 심한 등산로는 협곡 마냥 움푹 패인 곳도 있다.

 

어느 곳에는 이렇게 단풍나무의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사람들은 저 뿌리를 그냥 밟고 산을 오른다.

 



이 소나무 뿌리는 아예 공중에 떠있다시피 하고 있다. 나무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안타깝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남의 속살을 들여다본 듯 민망스럽기도 하다.

 

흙을 보충하고 더 이상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빨리 해야 할 것 같다.

 



포대능선, 사패능선을 거쳐 사패산까지 간 후 의정부 범골로 하산했다.

 

오늘 내가 산을 찾고 걸음으로써 산에는 인간의 흔적을 하나 더하고 피해를 주었을 것이다. 저렇게 흉한 몰골로 만든 것에 나 또한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산을 찾기도 여간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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