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맑음과 흐림

샌. 2006. 5. 29. 14:19

어제는 다시 맑은 하늘과 땅이 열렸다. 그저께 내린 비가 이런 기적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도시락을 싸서 아내와 같이 뒷산에 올랐다. 산자락에 앉아 바라보는 전망은 세상 끝까지라도 보일 듯 투명했다. 눈 앞으로는 한강과 서울의 강동 지역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의외의 풍경, 비세상적인 풍경은 우리를 당황하게한다. 내일이면 다시 사라져 버릴 것을 알기에 이 멋진 풍경 앞에서도 괜히 슬퍼진다.

 

우리가 필사적으로 좇는 것은 어쩌면 저 풍경처럼 순간적으로 반짝 빛나는것일지 모른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불현듯 몰려오는 환한 빛, 그러나 그 빛은 잠시 빛나는 섬광일 뿐이다. 그 뒤는 다시 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에게 허용된 것은 긴 소망과 순간의 만남이다. 모든 깨달음과 현실이 그렇다.

 




고개를 드니 아까시나무가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리도록 누워있다. 아까시꽃은 바람에 날려 땅을 하얗게 덮었다.

 

바닥으로 내려와서 화를 많이 내었다.

 

그동안 마음 속에 쌓여있던 것들이 폭발한 것이다. 풍선이 부풀고 부풀다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다. 이런 일이 생기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한다. 그리고 나도 많이 아프다.

 

이 나이가 되도록 하는 생각이나 꼬락서니가 고작 이 모양 이 꼴인지 영 마땅찮다. 고상한 척, 세상을 통달한 척 입으로 나불대기만 하는 나 자신이 밉다.

 

추락할 때는 날개 마저 펴지지 않는다. 주위를, 나를 더욱더 미워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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