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한 아침의 화제는 단연 어제의 날씨였다. 한 사람은 자신이 서울에 산 이래 어제가 가장 화창한 봄날이었다면서 감탄을 하는데 그 말이 전연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서울에서 개성 송악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서해의 배들이 선명히 보였으니 말이다.
오늘 날씨도 어제에 못지않게 맑고 화창하다. 구기동에 나간 길에 삼각산 구기동 계곡을 찾다. 봄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탓이다. 구두를 신어서 멀리 올라가지는 못하고 입구 부근 계곡에 잠시 앉았다 오다. 다행히 계곡물은 강원도 산에 버금가게 맑고 깨끗하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만 걸어들어가면 이런 풍요로운 자연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신록의 화사함에 눈을 씻고, 명랑한 계곡 물소리에 귀를 씻는다. 이럴 때 마음은 저절로 부자가 된다.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 자족감으로 충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