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비 와서 흔들리는 날

샌. 2006. 6. 8. 19:19

저기압이 다가오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진다. 스스로를 어떻게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아 버린다.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이러저리 방황한다.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헝클어져 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이것은 나만의 독특한 현상인 것 같다. 예전에는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아내는 다시 사춘기로 돌아가느냐며 착각하지 말라고 놀리지만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이런 날은 종일 헤드폰을 끼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싫다.

 

돌아보니 옛날에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던 때, 비 오는 날이면 퇴근길에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가고는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왔다. 그때는 차창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드라이브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꼭 재미라기 보다는 뭔가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비가 뿌리는 날인데,나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기만 했다. 혼자만 숨어 있을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넓은 땅 어디에도 내가 찾아갈곳은 없다. 세상은 모두 돌아서 있는 것 같다. 이럴 때내 유일한 피난처는 바로 내 집이다. 집에 들어오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밖의 소란함보다 안의 고요함을 나는 사랑한다.

 

아내는 집 뒤 장터에서 두 마리에 5천 원 하는 닭튀김을 사가지고 온다. 간이 노점에서 튀겨주는 옛날식 치킨이다. 오늘같은 날은 이런 것이 더 어울린다. 나는 막걸리와 맥주 한 병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컴퓨터를 켜고 내 앨범에 들어있는 옛 팝송을 연다. 창 밖으로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어두워져 가는 하늘이 보인다.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면 맥주 몇 잔만으로도 마음이 누그러지고 차분해진다. 나는 곧 평상시 기분으로 되돌아오고 하루 내내 흔들렸던 나 자신이 이젠 도리어 사랑스럽게 보인다.흔들리는 것은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므로, 그리고 그 탓에 지금 나는 행복하므로.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3)  (1) 2006.06.17
우후죽순  (0) 2006.06.12
사람 노릇 하기  (0) 2006.06.05
일본 야구의 재미  (0) 2006.06.02
맑음과 흐림  (0) 200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