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출산 장려 운동

샌. 2005. 4. 4. 15:49

딸이 쓴 글이 오늘자 한겨레신문 독자칼럼에 실렸다.

출산 장려 운동에 대한 의견을 신문사로 보낸 모양인데, 그저께 신문사에서 사진을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와서 게재될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신문에 사진, 이름과 함께 실린 글을 보니 마음이 무척 뿌듯하고 딸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항상 어린애 같이만 보였는데 이렇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것을 보니 이미 성인이 다 된 것 같다.



딸에게는 앞으로도 사회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넓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사회에 순응하는 잘 길들여진 사람이 아니라,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이 되길 부탁한다.


딸이 말한 대로 제발 이제는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무슨 운동이나 캠페인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을 치료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지, 국민이 토끼도 아닌데 당근을 흔들며 유혹하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이다.


우리보다 앞섰던 산업화된 나라들을 따라가려고 그다지도 열심히 일했던 결과가 결국 이렇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는 것으로 치면 옛날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폭폭했다. 그래도 그때는 자연에 대한, 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가난한 집에 자식이 여럿 있어도, 사람은 제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며 태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노후에는 자식의 봉양을 받으리라는 믿음이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기 두려운 험한 세상이 되었다. 이젠 자식에게 기대하는 부모 또한 거의 없다. 믿을 것은 오직 ‘돈’ 뿐이라고 누구나가 얘기한다.


세상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어떤 방안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성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경제는 쉼 없이 성장해야 되고, 그러자면 인적 자원은 끝없이 필요할 테니 인구 증가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구는 하나밖에 없는데 세계 모든 나라가 이런 식으로 팽창한다면 도대체 전 인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할 것인가.


경제가 어느 단계에 올라서면 출산율이 저하되는 현상은 자연계의 균형을 잡으려는 숨은 질서 탓인지도 모른다.

만약 무한정으로 인구 증가가 계속된다면 기다리는 것은 모두의 파멸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파멸을 막기 위한 장치가 생물에는 본능적으로 내장되어 있다고 본다. 이런 예들을 생물학자들은 박테리아로부터 고등생물에 이르기까지 두루 관찰하고 있다.


그러니 너무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하려 하지 말자.

물론 누구나가 다 행복한 세상을 그리며 정책을 입안하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와 성장이 결코 아름다운 세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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