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올림픽공원 부부목

샌. 2005. 2. 19. 17:00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자와 여자를 각각 불완전한 존재로 보고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결합할 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올림픽공원을 산책할 때 만나게 되는 이 나무를 보면신화에서 말하는 그런 내용이 떠오른다.

 

포플러나무인 듯한 이 나무는 멀리서 보면 그냥 온전한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두 그루가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무가 키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면서 그래서 서로 좌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오순도순 사이 좋게 살고 있다. 둘이지만 둘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두 나무 사이에 있는 틈이다. 자연스런 모양인지, 아니면 사람이 전지를 해서 저렇게 된 것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틈이 있음으로써 둘의 관계는더욱 건강해 보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둘 사이에 바람이 통하는 저 공간의 존재로 인하여 둘은 그리움의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이 나무에 나름대로 부부목(夫婦木)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현실에 이런 부부가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은 그래서 더욱 선망의 눈길을 주게 되는 나무이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여름에 찍은 것이다. 더우나 추우나 주어진 자리에서 공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저 나무가 오늘은 더욱 귀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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