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톨스토이와 만나다

샌. 2005. 1. 27. 09:38

 

톨스토이의 생애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그의 나이 50대 초반에 겪었던 정신적 격변이다. 어쩌면 종교적 회심(回心)과 비슷한 경험이었을 텐데, 그는 이때 깨달은 진리를 평생을 통해 삶으로써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금주, 금욕, 육식 거부 같은 생활상의 변화도 이때부터 나타난다.

 

톨스토이가 위대한 점은 명문 귀족이며 유명 작가라는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실천을 통해 구도자적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했고, 가족의 몰이해라는 아픔도 겪는다. 열성적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이기는 했지만 그가 걸은 길은 좁고 외로운 길이었다.

 

톨스토이에게 기존 종교의 모습은 신(神)에게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나 위선적이었으며, 정신적 방황 뒤에 그를 구원한 것은 민중의 소박한 신앙과 사랑이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삶, 복음(福音)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에서 그는 구원의 빛을 발견한다.

 

그는 80이 넘은 나이에 모든 것을 버리고 방랑의 길에 나섰다가 시골 작은 역에서 일생을 마친다. 부와 명예를 버리고 민중과 함께 하려는 그의 의지, 이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진지한 삶의 자세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관념의 삶이 아니라 자신이 깨달은 진리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톨스토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품과 자료 중심으로 된 이번 전시는 그의 깊은 정신세계를 접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톨스토이를 다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날더러 지금의 생활 방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었소. 좋아하지 않소. 결단코. 내가 그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주변이 온통 빈곤과 궁핍인데 반해 나와 내 가족이 어처구니없는 사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오. 난 이 사치에서 몸을 빼낼 수도, 사람들의 결핍을 해결할 수도 없을 것 같소. 이것이 내가 증오하는 바요. 하지만 내가 감사하는 게 있다면 내 능력이 닿는 한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 힘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며 신과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이오. 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선한 것을 사랑하고 그 가까이로 접근한다는 것을 말하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우리의 형제자매처럼 평등하게 사랑한다는 것이오. 이것에 입각한 것, 또 바로 이것만이 내가 바라는 것이오. 비록 불완전하지만 이러한 이상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음으로 난 절망하지 않소. 사실 난 기뻐요.'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대사전  (4) 2005.03.08
청소부 베포  (1) 2005.02.16
너무 가난해서 너무 행복한 삶  (1) 2005.01.25
하울의 움직이는 성  (2) 2004.12.31
페이터의 산문(散文)  (0) 200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