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에는 동료 K와 같이 종로구 재동(齋洞)에 있는 백송(白松)을 보러 갔다.
지금은 헌법재판소 구내에 속해 있는데 정문 수위실에 백송을 보러 왔다고 하니선선히 통과시켜 준다.
본관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서니 뒤편 얕은 언덕 위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품위가 손상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백송은 누가 보아도 절대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흰색 줄기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동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하는데 과히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백송은 중국 북경 부근이 원산지로 번식시키기가 까다로워 희귀한 나무이다. 중국에서 조차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재동 백송은 수령이 약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아마 중국에 사신으로 간 사람이 가져와서 심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 키는 18m이고, 줄기 둘레는 3.8m이다.
이 지역은 북촌(北村)이라 불리던 곳으로 조선 정치의 중심지였다. 예전에는 3천 채나 되는 한옥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대감 집 마당에서 이 백송은 조선조 600년의 정치사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 백송은 천연기념물 8호로 지정되어 있다.
줄기는 땅에서부터 둘로 갈라져서 V자 모양을 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마치 두 마리의 용이 용트림하며 땅에서 솟아나오는 힘찬 모습이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무 줄기의 색깔과 무늬이다.
멀리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약간 회색을 띄고 있지만 '미백(美白) 피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곱다.
백송 줄기 색깔은 어릴 때는 회청색이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흰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나무 밑에는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껍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주워보니 꼭 얇게 썰어놓은 녹용과 같다.
백송의 흰색 줄기의 비밀은 굳어진 껍질은 과감히 벗어내고 막 돋아난 새로운 속살을 계속해서 드러내는데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나무 이름을 '백송'보다는 '흰소나무'로 부르는 것이 더 정감이 있어 보인다.
'재동의 백송' 보다는 '재마을의 흰소나무'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