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논드는 꿈 많은 여덟살.
가난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방글라데시의 소년.
아논드는 방글라데시어로 '희망'이란 뜻이란다.
가진 것은 없어도 두 눈에 가득 찬 푸른 하늘에 티 없는 마음을 싣고 훨훨 날 줄 아는 녀석이다.
공책과 연필도 없는 거적때기 위 수업시간
'단어'로 문장을 만들라는 선생님 말씀에 "단어야, 너는 발도 없는데 어쩜 그렇게 많은 사람 만나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니." 읊조리는 녀석이다.
# 2
서울의 K는 벌써 대입 고민에 빠진 여덟살.
'팰리스'에 살지만 세상에서 제일 고달프다는 대한민국의 소년.
K는 부모님이 "부자 돼라"며 어느 재벌 이름 따 지어주신 것이란다.
PDA와 전자사전이 갖춰진 에어컨 빵빵한 학원에서 "사슴이ООО 봅니다"에 알맞은 단어를 채워 넣으라는 선생님 말씀에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고 내뱉는 녀석.
행복한 상상, 그것을 상상하기란 그렇게 힘든 것일까.
아논드와 K가 느끼는 행복의 차이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 중앙일보 '생각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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