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보는데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바로 이 사진인데 40년 전에 찍은 우리 가족사진이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막내의 돌 기념으로 사진관에 가서 찍은 것이다.
오른쪽에 잔뜩 심술궂은 얼굴로 내가 서 있고, 옆에 어머니가 막내를 안고 있다. 이때 어머니가 30대 중반쯤 되었으니 우리 어머니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게 젊은 모습이다.
그 옆에 계신 분은 외할머니이신데 이제 백수를 바라보시며 생존해 계신다. 앞에는 어린 동생들이 머리 모양으로 봐서는 잔뜩 멋을 내고 서 있다. 왼쪽의 까까머리는 둘째 동생이다.
이 사진이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사진에 찍힌 부끄러운 내 모습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만은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주머니에 집어 넣은 왼손에도 힘이 들어가 명찰이며 옷이 삐딱하게 되어 있다.
그 날 막내가 돌사진 찍는 것을 보고는 나도 독사진을 찍어 달라고 생떼를 쓰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저렇게 심술을 부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철딱서니 없는 행동이었다. 밑의 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다 큰 첫째가고집을 부리니 어머니도 무척 난감하셨을 것 같다.
결국 나중에 나 혼자서 독사진 한 장을 다시 찍었다.
이것이 그때 고집을 부린 끝에 얻어낸 사진이다.
볼에는 아직 심술보가 남아 있지만 카메라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조금 미안한 표정이 어린 것도 같다.
요사이도 나를 잘 아는 동료는 가끔 내 표정을 살피며 또 삐졌느냐며 놀리곤 하는데 이 사진은 그 뿌리를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어린 시절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추억이 아름다울 뿐이라는 말이 있다.
울고 웃었던 옛날이 지금 돌이켜 보면 모두다 아름다운 한 편의 꿈이 아니었는가 싶다.
지금은 생생한 현실을 사는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지금 역시 하나의 꿈으로 추억될지 모른다.
힘들고 고단한 삶일지라도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었다고 이날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점점 더 저 소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