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오래된 미래

샌. 2003. 12. 11. 11:22
어제 서강대에서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의 저자인 호지 여사의 강연이 있었다.
500석의 좌석이 다 차고 일부는 서서 강연을들을 정도의 성황이었다.

그러나 내용은좀 아쉬웠다.
그분의 생생한 삶의 체험을 듣고 싶었는데,현대 문명의 부작용과 대처 방안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만 있었다.
아마도 유명세에 따른 기대 탓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미래`가 우리나라에서만 3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청중들의 열성도 대단했다. 약 3/4 정도는 여성이었다. 어린 아이를 안고 온 아주머니도 있었고여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의 진지한 표정이 도리어 감동적이었다.

역사를 주도한 것이 지금까지는 가부장적 문화의 남성 중심이었지만 그 부정적 측면이 현대에 들어와서파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역사의 흐름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그 중심에는 역시 여성과 여성주의가 주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기운을 이번 강연회에서도 강하게 느꼈다.

호지 여사의 강연 중 상당한 부분이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였다.
농업을 결코 경제적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고 인간 삶의 기본이 되는 요소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대기업에 의한 소농(小農)의 파괴는 우리의 미래에 암담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고, 소규모의 지역 농촌 공동체의 부활이 정책적으로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라다크는 5, 60년대를 겪은 세대에게는 친근한 공동체이다.
바로 옛날 우리의 농촌이 라다크와 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서구의 관점이 아닌 이미 붕괴의 경험을 한 우리의 관점으로 이 책을읽어볼 수가 있다.

발전이나 성장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을 줄 것인가?
지금 이런 식대로 문명이 나아간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긴 역사의 과정에서 지금 이 시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들을 끊임없이 묻게 하는 것이 이 책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은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결 속에서 지금은 미약하게 보이는 저항이지만 작은 정신들이 모이고 모여서 마침내 그 흐름을 바꿀 날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나쁜 것들에 도전하며 현재를 산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승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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