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한가한 오후

샌. 2003. 12. 5. 14:44
한가한 오후 시간이다.

창 밖의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다. 금새라도 비가 내릴듯 하다.

하늘은 연한 잿빛 도화지같다. 긴 붓에 무지개빛 물감을 묻혀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고 즐거워 할 그런 그림이면 좋겠다.

텅 빈하늘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신다.

찻잔의 온기가 따스하다. 달콤한 향이 오늘따라 특히 고맙다.

근 한 달 가까이 술과 커피를 멀리 했다. 속이 아파서 식사도조심하며 지냈다. 가끔씩 속이 그렇게 심술을 부린다.

오랜만에 맛보는 커피 향이 그래서 고맙고 향기롭다.

사실 산다는게 별 것아니지 싶다. 인간이 뭐 대단한 것 같아도 내적 만족이나 행복은 거창한 데서 오지 않는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

반짝이는 보석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곳에 숨어있는지 모른다.

결국은 그걸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제이다.

한 우화가 생각난다.

神들이 천상 행복을 인간이 맛보지 못하도록 깊숙한 곳에 숨기기로 했다.

산 꼭대기, 깊은 바다 속..... 그러나 영악한 인간은 어디든 가서 찾아낼 것 같았다.

결국 神들이 선택한 곳은 인간의 마음 속이었다. 아무리 영리한 인간도 설마 그 곳에 숨기리라고는 눈치챌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그러나사람들의 마음만은 따스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의 온기라면 그 어떤 추위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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