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코스모스 씨를 받다

샌. 2003. 10. 17. 19:08

잠실 쪽 한강 둔치에는 긴 코스모스 길이 있다.
두 달 가까이 아름다운 꽃을 피어 주어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잎도 시들고, 꽃들도 대부분 지고 그 자리에는 까만 씨가 맺혔다.
퇴근하면서 며칠동안 이 씨를 받았다.
날카로운 끝 부분에 찔리기도 하고, 손가락에서는 코스모스 냄새가 배어 버렸다.
내년 봄에는 내 시골 터에다 코스모스 씨를 뿌릴 계획이다.
집과 마당이 코스모스로 둘러싸여 있는 모양을 그려보면 즐겁다.
욕심이라면 동네 길도 코스모스 길을 만들고 싶다. 온 동네가 코스모스 꽃밭인 시골 마을, 이것 역시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은 씨를 맺고 벌써 땅에 떨어져 내년을 약속하고 있는데, 어떤 친구는 이제야 꽃잎을 활짝 피우고 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이제 꽃 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찬 서리를 이겨내고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시절과 어긋난 탓에 이와 같이 힘든 시련 속에서 삶을 꾸려가야 하는 친구들도 있다.
힘들지만 그도 나름의 꽃을 피어낼 것이다.
가끔씩 찾아가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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