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식사의 품위

샌. 2013. 11. 4. 12:59

아내가 날 편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먹는 데에 무던한 것이다. 이제껏 반찬 투정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식사는 간소한 게 좋다는 주의라 군대식대로 늘 1식3찬을 강조한다. 있는 반찬 아무거나 한두 개만 있으면 만족한다. 배고플 때 냉장고를 열고 혼자서도 잘 챙겨 먹는다. 부엌 출입하는데 남편 아내의 구별이 없다.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어도 다행히 삼식이 새끼라는 핀잔은 듣지 않는다.

 

그래서 유별나게 반찬 투정을 하거나 식탐(食貪)을 하는 사람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까지는 좋으나, TV의 음식점 소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말 꼴불견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먹는 걸 탐하는 걸 보면 측은해 보인다. 사는 게 너무 천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의 전통적 식사법은 그렇지 않았다. 먹는 데도 절제와 자제가 있었다.

 

음식점에서 옆 테이블에 그런 손님을 만나면 밥맛이 달아난다. 어떤 손님들이 들어오면 밥상이 시장바닥처럼 시끄럽고 분주해진다. 맛있는 반찬은 안면몰수하고 몇 차례나 다시 주문한다. 주어진 반찬만 알뜰살뜰 먹어도 넉넉하지만 우리나라 반찬 인심이 좋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야박해 보일지는 몰라도 추가할 때는 한 접시당 얼마로 계산하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 문제나 식사 문화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할 것 같다. 종업원을 무조건 '이모'나 '언니'로 호칭하는 것도 그렇다. 말만 이모고 언니지 대하는 건 그냥 하인 수준이다.

 

이런 식사 풍경은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풍조와 연결되어 있다. 나만 편하면 되고 내 욕망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웃을 의식하지 않다 보니 삶은 요란하고 소란해졌다. 그래서 사람과 부딪치는 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우리 삶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삭막해졌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외식을 하다가 꼴불견 모습을 봤다. 좀더 정갈하고 조심스럽게 살 수는 없을까? 식사의 품위는 곧 삶의 품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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