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슬픈 역사를 증언하는 영화다. 불과 100여 년 전에 이런 비극의 역사가 있었다. 흑인은 소유물이었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노예 수입이 금지되어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게 된 1840년대 미국, 가족과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남부 루이지애나로 팔려간다.
나쁜 제도와 인간의 탐욕이 만날 때 얼마나 사악한 일이 벌어지는지 이 영화는 보여준다. '노예 12년'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지만, 사회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누가 노예인가? 그렇다면 노예주는 자유인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노예주 또한 사회적 이데올로기나 고정관념의 노예일 뿐이다. 영화에 나오는 악명 높은 주인 역시 돈과 정욕의 노예 노릇을 하고 있다.
진정한 자유인이란 깨인 의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순종하는 노예들 틈에서 주인공 솔로몬 노섭은 자기가 노예가 아님을 믿고 끊임없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노예란 흑인이나 백인을 불문하고 시스템에 길들여지고 순치된 사람이다. 지금과 같은 자유와 민주의 시대에도 노예가 존재한다. 겉으로는 자유롭게 보이지만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가 주는 안락과 쾌락에 만족한다면 누구라도 예외가 아니다.
'노예 12년'은 일주일 전에 열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그만큼 영화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실화를 영화로 옮겼기에 생생한 현실감이 난다. 단역으로 잠깐 등장하는 브레드 피트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씨네큐브에서 아내와 같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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