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단편집이다. '입동'을 비롯해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보통은 수록된 작품 중에서 대표작을 책 제목으로 삼는데 이 책은 다르다. '바깥은 여름'은 여기 실린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를 통칭하는 말로 보인다.
이번에도 김애란 작가의 통통 튀는 경쾌한 표현들에 여러 차례 감탄했다. 하지만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중심이 아닌 변두리 삶의 애환과 쓸쓸함이다. '여름'은 만물이 생기를 띄고 번성하는 계절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은 겨울처럼 스산하고 춥다. 소외와 상실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첫 작품인 '입동'은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 어렵사리 집을 장만하고 행복해지려는 때에 후진하는 유치원 차에 치여 아들이 숨진다. 그 뒤부터 부부의 삶은 무너지고 겨울이 된다. 죄책감과 나쁜 소문들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데, 벽에 새로 도배를 하다가 죽은 아들이 쓴 이름을 발견하고는 다시 눈물짓는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이 과연 가능할까. 소설에서 부부가 서로 되뇌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모르는 아픔과 고통이 있는 것이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건을 공유하지만 남편이 아내의 고통을, 아내가 남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이 소설을 읽으며 부부의 고통에 같이 아파하지만, 섣불리 타인의 고통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물먹은 풀이 내 몸에서 나오는 고름처럼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 부부는 앞으로 얼마만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할까.
책 표지의 그림도 안타깝다. 두 문이 있는데 한쪽 문은 닫혀 있고, 다른 문으로 한 여자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빈 틈으로 보이는 방 안은 캄캄하다. 여자는 문을 닫고 들어가서 종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세상한테서 마음의 문을 닫겠다는 의지로 나에게는 읽힌다. <바깥은 여름>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얼굴과 겹쳐져서 마음이 쓰리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전 소설을 마쳤는데도
가끔은 이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 모두 어디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도의 문장들 (0) | 2024.08.13 |
---|---|
오리엔트 특급 살인 (0) | 2024.08.10 |
세 여자 (0) | 2024.08.03 |
힐빌리의 노래 (2) | 2024.07.28 |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0) | 202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