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오리엔트 특급 살인

샌. 2024. 8. 10. 10:25

무더운 여름을 지내는 데는 추리 소설 읽기도 한 방법이다. 몰입도가 추리 소설 만한 게 없다. 또는 무협지도 괜찮다. 젊었을 때는 무협지를 옆에 쌓아두고 여름을 나기도 했다. 그때 생각이 나서 추리 소설 한 권을 골라 보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은 워낙 유명한 데도 책으로는 읽어보지 못했다. 오래전에 영화로 본 기억은 난다. 대체적인 내용을 알기에 흥미가 반감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기억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특히 반전이 들어 있는 결말은 처음 대하는 듯 놀라웠다. 왜 애거서 크리스티를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하는지 알 만했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폭설 속에서 고립되고 객실에서 한 사람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된다. 마침 열차에는 푸아로 탐정이 타고 있었는데 예리한 관찰과 분석으로 사건에 얽힌 비밀을 풀어 나간다. 국적이나 나이, 지위가 모두 다른 열두 명의 승객을 조사하면서 공통분모로 수렴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사망자의 몸에는 열두 군데의 자상이 있었다는 것을 푸에로는 놓치지 않았다.

 

모든 추리 소설은 범인과 형사의 두뇌 대결이 볼 만하다. 독자는 사건에 관계된 일원이 되어 미스터리 풀이에 참여한다. 지적 유희로 이만한 게 없다. 마지막에 얼마만큼 충격을 줄 수 있는 반전이 있는가가 추리 소설의 성패를 가늠한다. 추리 소설에는 보통 사람의 허를 찌르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추리 소설의 묘미다.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애도 담겨야 한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다.

 

이 소설 때문에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유명해졌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이스탄불과 파리 사이를 운행했던 고급 열차로 이 소설의 무대였던 1920년과 1930년대에 귀족이나 부유층이 주로 이용했다. 지금은 없어진 오리엔트 특급이 내년에 다시 생긴다는 뉴스를 봤다. 100년 전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열차를 현재 제작중에 있다고 한다. 꿈의 기차로 불리는 오리엔트 특급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반갑기는 하지만 워낙 비용이 바쌀 테니 돈 많은 호사가들이나 탈 수 있지 않나 싶다.

 

젊을 때와 달리 노쇠한 두뇌가 추리 소설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그만큼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가슴이 뛸 때 즐기라는 말이 있다. 여름을 맞아 오랜만에 추리 소설을 한 권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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