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열대야(熱帶夜)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신기록이라고 한다. 8월 하순에 접어들었건만 폭염의 기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2024년은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록될 듯하다.
내가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바깥 걸음은 가능한 한 피한다. 가만히 있으면 소란한 마음이 잦아들고 더위도 멀어진다. 한낮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의 도움을 받으며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것이 나의 피서법이다. 굳이 바다나 계곡으로 찾아갈 이유가 없다. 책 속에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멋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웃고 울다 보면 더위도 어느 정도는 잊힌다. 그래서 수치상의 더위와 내가 느끼는 더위는 다르다.
이리 편안하게 지내도 괜찮은지 가끔씩 미안하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특히 야외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그 외에도 힘겹게 살아가는 수많은 이웃이 있다. 어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본사회(基本社會)'란 말이 여러 차례 나왔다. 모든 국민이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사회를 가리키는 것 같다. 동시에 '대동세상(大同世上)'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는 구호에도 공감하며 그 실천에 기대를 품어 본다.
요사이 아내는 몸 관리에 진심이다. 매일 뒷산에 가서 맨발 걷기와 함께 20층 계단 오르기를 한다. 몸을 움직이라는 핀잔에 오랜만에 계단을 걸으러 나가는 아내 꽁무니를 따라 나섰다. 과연 20층까지 오를까 싶었는데 숨을 헉헉거리며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애써 힘든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무늘보과가 뭐 더 이상을 욕심내랴.
다시 계단으로 향하는 아내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는 여름의 뭉게구름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네 꿈이, 저 구름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열매 맺기를 가만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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