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나흘 동안 어머니와 지내다가 왔다. 장마 기간이라 내내 비가 오는 통에 집에만 있었다. 바깥 외출은 옆집 친구를 찾아가서 잠깐 근황을 나눈 게 전부였다.
비는 사납게만 내리지 않으면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존재다. 농민도 비 핑계를 대면서 고단한 몸을 쉴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고향을 오가는 길이 운치 있는 드라이브가 된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줄 밭작물을 다듬고 나는 옆에서 거드는 흉내를 낸다.
어머니의 부지런함을 어찌 따라갈 수 있으랴. 잠시라도 비가 그치면 금세 보이지 않는데 텃밭에 나가면 찾을 수 있다.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은 가만히 있지 않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인다. 어머니도 예외가 아니다.
점심에는 어머니와 둘이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반주를 곁들였다. 어머니는 맥주 두 잔으로 긴 낮잠에 드셨다. 고요한 집안을 둘러보며 어머니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만한 행복이고 축복임을 실감한다.
노인은 - 나도 지금 노인이지만 - 만날 때마다 상태가 다르다. 어떤 때는 건강해 보여 안심이 되고, 어떤 때는 금방 쓰러지실 것 같아 불안하다. 완만하게 기력이 쇠하지만 그때그때마다 기복이 있다. 이는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늘이 주시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양평휴게소는 아직 휴가철이 되지 않아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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