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하시다. "움은 자라지만 꽃 피지 않는 수도 있고, 꽃은 피어도 열매를 못 맺는 수가 있지!"
子曰 苗而不秀者 有矣夫 秀而不實者 有矣夫
- 子罕 18
성경에 나오는 씨뿌리는 사람 비유가 생각난다. 예수가 호숫가에서 하신 말씀이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습니다.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는데 흙이 깊지 않아 싹이 곧 돋아나기는 했지만 해가 솟자 타 버렸습니다. 뿌리가 없어 말랐습니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우거지자 숨이 막혔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습니다."
열매 맺음을 강조하는 것은 같지만 공자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방점을 둔다. 예수의 뉘앙스는 약간 다르다. 어디에 떨어졌느냐는 씨앗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자력과 타력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공자가 안회를 칭찬하는 것은 쉼 없이 노력하는 자세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안회도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기대했던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안회의 삶 자체가 이미 하나의 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열매는 이미 정진하는 삶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