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도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미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 보렴 오랑캐꽃
- 오랑캐꽃 / 이용악
오랑캐꽃은 제비꽃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제비꽃보다 오랑캐꽃으로 많이 불렀다. 오랑캐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이름이 그리 되니 괜히 밉상 취급을 받는다. 우리가 오랑캐라 불렀던 여진족도 마찬가지다. 내 이해와 어긋나니 오랑캐라 불릴 뿐 핍박을 받도록 태어난 건 아니다. 중국이 우리를 동이(東夷)라 부르며 오랑캐 취급을 한 걸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된다. 도래샘, 띳집, 돌가마, 털미투리 대신 옹달샘, 초가집, 가마솥, 짚신이라 불러본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인 / 도종환 (0) | 2016.04.16 |
---|---|
좌탈 / 김사인 (0) | 2016.04.10 |
대주(對酒) / 백거이 (0) | 2016.03.17 |
광야 / 이육사 (0) | 2016.03.09 |
아우의 인상화 / 윤동주 (0) | 2016.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