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개인주의자 선언

샌. 2016. 5. 26. 17:09

지은이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우리 사회의 진단에서부터 어떤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이는 현직 판사로 자신을 개인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개인주의자는 성숙한 인격체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에 빠지기 쉽다.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에서 합리적인 개인주의로 변해야 행복한 개인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개인주의자는 타인의 자유를 존중한다.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한다.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의 지배를 받아 왔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 '민족'이라는 말은 넘쳐나지만 '개인'이라는 말은 아직 희귀하다. 국가별 행복도의 차이는 집단주의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의 차이다. 서열화되고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하나의 가치관으로 통일되어 있다. 입신양명이 최고의 효도이고, 남 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 여긴다. 남들과 다르게 비치는 것은 두렵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지은이의 인생론이다. 1부의 제목이 "만국의 개인주의자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이다. 문 판사는 학력고사 시절 전국 수석을 한 천재다. 현재는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니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렇지만 소신껏 살아가는 분이라는 걸 글에서 볼 수 있다. 좋은 머리로 권력에 아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지은이 생각의 한 조각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나는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가능한 한 남에게 폐나 끼치지 말자. 그런 한도 내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며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인생을 즐기되, 이왕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에게도 좀 잘해주자. 큰 희생까지는 못하겠고 여력이 있다면 말이다. 굳이 남에게 못되게 굴 필요 있나. 고정되고 획일적인 것보다 변화와 다양성이 좋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선호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다양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가고 싶은 것이 최대의 야심이다. 인간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니 기대도 말고 과장된 절망도 치우고 서로 그나마 예쁜 구석 찾아가며 참고 살자 싶다. 큰 기대 않고 보면 예쁜 구석도 꽤 있다. 이건 결국 자기변명이다. 그래야 남들이 나도 참아줄 테니. 어차피 사람들을 피해 혼자 살 것도 아니면서 인간의 본질적 한계, 이기심, 위선, 추악함 운운하며 바뀌지도 않을 것들에 대해 하나마나한 소리 하지 말고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존재답게 최소한의 공존의 지혜를 찾아가자. 그게 각자의 행복 극대화에도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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