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가 완성된 인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장무중의 지혜, 공작의 무욕, 변장자의 용기, 염구의 재주에다가 예의와 음악으로 문체를 내면, 완성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요즈음 완성된 인간은 그런 것까지도 없습니다. 잇속에 당면해서는 정의를 생각하고, 위험에 직면하여 목숨을 바치고, 오래된 약속도 평생토록 잊지 않으면 완성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子路問 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염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 憲問 9
텍스트의 번역대로라면 자로는 선생의 가르침에 맞설 정도로 당돌하다. 자로의 성격에 비춰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번역에서는 뒤의 말도 공자의 보충 설명으로 보는 것 같다.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이상하지 않다.
텍스트의 번역처럼 자로의 말로 보는 게 훨씬 박진감이 있다. 공자가 말하는 '완성된 인간[成人]'은 모든 면에서 완전무결해야 한다. 그런 사람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자로의 생각은 옳다. 자로의 말에서 '見利思義 見危授命'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유명한 구절이다. 남산의 의사 기념관 앞뜰에 있는 큰 돌에 새겨져 있다. 자로가 보는 완성된 인간의 조건은 무욕, 용기, 신의다. 지식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는 자로답다. 공자보다는 자로의 말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자로는 아마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선생님, 뜬구름 잡는 얘기는 하지 마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