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연나흘 비가 내리다가 잠시 그치고 햇빛이 환하다. 경안천에 나가니 바닥의 열기와 물비린내가 섞인 계절의 냄새가 진하다. 가물 때는 비를 바랐는데, 막상 비가 연일 쏟아지니 구름이 야속하다. 인간의 장단을 맞추자면 하늘도 피곤할 것 같다.
땡볕에서 한 시간 넘게 걸으니 몸이 흐느적거린다. 이런 날에 배낭 메고 나오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더울 때는 다리 밑이 최고다. 다리 밑은 왜 시원할까? 물, 그늘, 바람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 다리 밑이다. 특히 다리 구조물 때문에 주위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불 수밖에 없다. 베르누이의 원리다. 할 일이 없다 보니 별스런 생각을 다 한다.
벽화에 적힌 '배려 대한민국, Better Korea'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배려'와 'Better'를 연관시킨 발상이 신선하다.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모든 것을 견디게 한다. 뜨거운 햇살 속으로 다시 씩씩하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