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밴댕이 / 함민복

샌. 2018. 8. 9. 11:20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고 사셨으니

 

자, 인사드려야지

 

이분이

우리 선생님이셔

 

- 밴댕이 / 함민복

 

 

'밴댕이 소갈머리'임을 자인한다. 누가 지적해준 게 아니라 스스로 찔려서 하는 말이다. 늙어갈수록 밴댕이 소갈머리를 닮아간다. 제발 나잇값을 하며 살고 싶다.

 

우리는 땅의 밴댕이들이 아닌가. 도시는 거대한 밴댕이 양식장 같다. 얼마나 더 작아질 수 있을까, 바글거리며 살아간다. 그런 소갈머리로 거친 세상을 헤치고 버텨낸다. 어찌 보면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거지. 밴댕이는 나이를 먹어도 밴댕이일 뿐. 그걸 인정하면 크게 안달할 일도 없는 거지.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며 살 수 있다고, 우리 선생님이 보여주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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